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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2017.04.02 23:44 - 유희왕 위트 앤 시니컬






눈을 뜨자마자, 전화기부터 확인했다. 아무 메시지도 와 있지 않았다. 더는 기다릴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누운 채 무언가를 생각하려고 노력해보았다. 얼음을 깨어 먹는 사람처럼 멍하게. 조금 차가워져서.


최대한 기척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불을 잘 정리해놓고 바지와 셔츠를 주워 입고 제일 좋아하는 잔을 꺼내 우유를 담는 동안 나는 조심조심 움직였다. 아무도 없는데도. 그렇게 해서라도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물을 끓였다.


면도를 하다가 말고 전화기를 꺼내 당신에게 가벼운 아침 인사를 보냈다. 면도가 다 끝날 때까지 답은 오지 않았다. 창밖으로 잘 차려입은 여자가 지하철 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가려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내다본 거리는 온통 아침.


잠시 식탁 의자에 앉아서 달력을 보았다. 두근거리던 날들과 시큰거리던 날들이 무수히 지나가고 있었구나. 이게 마지막이야. 정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전히 답장은 오지 않았고 이제 출근을 해야 한다.


그때 전화가 한 번, 울렸다. 당신이 아니었고 그러나 나는 조금 괜찮은 것 같았다. 어쩌면 괜찮으려고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나는 인사를 한 거고 이른 오전의 창문이 저렇게 환하고 잠을 아주 잘 잤으니까.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전화기가 울렸지만 꺼내보지 않았다. 그저 어쨌든,처럼 꼿꼿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오늘의 안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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