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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9 01:56 - 유희왕 위트 앤 시니컬



어쩐지 꿈에, 공을 하나 샀다. 까만 농구공. 사내 몇이 가지고 놀던 그것이 신기해서 들어간 가게여서였다. 어쩐지 주인은 그 공을 팔고 싶지 않은 것 같았지만, 어쨌든 나는 그 공을 들고 나와 이리저리 튕기며 무척이나 즐거워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깼다. 창밖은 어슴새벽. 나는 눈을 깜빡이며 동그랗고 까만 그 공을 떠올린다. 어릴 적엔 공이 참 흔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뒤척이지도 않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데굴데굴 한 시절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회색 담벼락이 하나 떠오른다. 너머엔 나무와 풀이 무성한 잉여지였다. 어찌된 일인지 수년 동안 그곳엔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았었다. 나중에야 붉은 벽돌로 만든 빌라가 들어서기는 했지만 한참 뒤의 일이다. 


그곳엔 인근 학교에서 넘어온 공이 숨어 있었다. 대개 인조가죽이 벗겨서 희어멀뚱한 색으로. 우리는 종종 그러한 공을 찾기 위해, 담을 넘어가곤 했다. 공은 대개 바람이 빠져 있었다. 그것도 좋았다. 동그란 것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우리는 축구도 하고 발야구도 했다. 담벼락 옆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다. 한 번은 피구를 했는데, 그 물렁한 것으로 어떤 여자애의 머리를 맞춘 적이 있다. 실수였다. 아이는 울면서 집으로 갔다. 마음이 찌릿했다. 맞아. 걔를 좋아했었지. 누워서 그때의 찌릿함을 생각하다가 웃었다. 다시 곤히 잠들기 직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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