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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2017.04.02 00:36 - 유희왕 위트 앤 시니컬





밤은 서성거리는 자들의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모두 좁고 쓸쓸하다. 보았으니, 불빛 아래선 아무나 서로를 붙들고, 앞에서 나누지 못한, 두고 온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구나. 지금 그들을 더듬는 것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감정이라고 해야겠다. 남아 있는 이들이라고 해야겠다.


보라, 그러니 어떻게 슬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는 암만 해도 곁에 있을 수 없고, 멀리 떨어져서 손톱자국처럼 있는데. 아니, 그래봐야 곁에 있을 수밖에 없고 남아 있는 일이라고는 한 개도 남아 있질 않은데.


“사람아, 깨어 있으라, 곧 눈이 내릴 것이니” 이렇게 적고 나서야 떨며 간신히 누워, 깜깜한 천장을 지켜본 적이 있다. 눈끝에서 귀 아래쪽으로 깊고 투명한 눈물 자국이 길을 이어갈 때, 나는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 무용한지 알게 되었으니.


당신이 보고 싶다.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그리하고 싶구나 해서, 잠을 이루지는 못하고, 소식만 쓰다듬는다. 작아서 가여운 것들이 만져진다. 그래, 이건 당신인가 나인가. 그 사이이고, 둘 다 모르는 것은 아닌가. 그게 무엇이든, 나는 이것들을 진심으로 동정한다. 나와 나를, 나마저도.


나는 얼굴을 두 손에 파묻고, 그대로, 책 몇 권, 펜 몇 개가 함부로 놓여 있는 책상과 의자의 좁은 틈에, 굳어버린 것처럼, 멈춰서, 숨을 쉬고 있구나. 더 적어낼 수 없는 것들로, 괴롭다는 듯이, 실은, 더 적을 것도 없으면서. 그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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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버
2017.03.30 14:14 - 유희왕 위트 앤 시니컬





무표정한 당신은 가만히 있다. 꿈속에서, 꿈에 찾아오는 당신은 언제나 그렇다. 갈색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있다. 당신은, 담벼락에 기대어 있을 때도 있고 그 위로 눈같이 하얀 것이 하늘거리며 떨어질 때도 있다. 그저 가만히 있다. 그런 당신 꿈을 꾸다 깨면 나는 리시버를 꽂고 음악을 듣는다.


며칠 전엔, 버스에서 울어버렸다 갑작스런 울음은 당혹스러울 만큼 그쳐지지 않는다. 그저 음악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그래서 나는 나를, 내버려두었다. 버스는 덜컹이며 앞으로만 나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또 당신 꿈. 낯익은 낡은 남색 대문 앞 나를 향해 선 당신은 웃고 있었다. 아니 웃는 것처럼 보였다. 웃었을까. 잠에서 깨어 중얼거렸다.


서너 평 아주 좁은 방 안을 모조리 뒤져봐도 리시버가 보이질 않았다. 포기하고 담배를 피웠다. 구석에 앉아서, 내게 아직도 구석이 남아 있었다니. 궁지나 막다른 길은 있어도 구석이 남아 있는 줄은 몰랐다. 고맙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여름이네, 싶기도 했다. 담뱃재를 털던 손끝에 리시버 한쪽이 걸렸다. 리시버를 귀에 꽂으며, 당신, 웃음의 까닭은 몰라도 좋을 그런 기분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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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
2017.03.29 00:15 - 유희왕 위트 앤 시니컬








앓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저녁과 밤의 경계. 아스라한 그림자가, 이것은 지구의 것이 분명한데, 침대 발치가 어두워진 것을 보니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울지도 못할 거면서, 서러워지는 일이란.


병원에 갔으면 되는 거였는데, 가서 주사라도 맞았으면 금방 나았을 텐데 공연히 버텨보고 싶었다. 날씨 탓을 하느라, 그래. 병원 가기엔 날이 너무 좋잖아. 그러니 핑계처럼, 지난 계절 사두었던 해열제가 떠올랐던 거지. 하얀 통 속에 들어 있는 분홍색 알약들.


아무도 없는 집의 아무도 없는 거실을 지나 약상자가 들어 있는 서랍을 열고 한참 찾아 꺼낸 약통 속에는 알약 하나뿐이었다. 그것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거짓말 같기도 했고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고작 한 계절 지났을 뿐인데. 이리 많이 아팠나. 내가.


한 계절이 아닐지도 모르지. 어쨌든 지난 나의 병들, 그 흔적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 약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니, 그런 일이 몇 번쯤 있었던 것도 같았다는 기시감. 몸살, 열기에 따라오는 환상처럼.


점점, 빛이 걷히고, 어둠이, 어둠과 어울리는 소음이 찾아온다. 아픈 몸으로 마중이라도 나가고 싶다. 모르는 누구라도 맞이하며 엄살을 부리고 싶었다. 이마를 베개에 묻고 잠시 그대로 얌전히 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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