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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버
2017.03.30 14:14 - 유희왕 위트 앤 시니컬





무표정한 당신은 가만히 있다. 꿈속에서, 꿈에 찾아오는 당신은 언제나 그렇다. 갈색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있다. 당신은, 담벼락에 기대어 있을 때도 있고 그 위로 눈같이 하얀 것이 하늘거리며 떨어질 때도 있다. 그저 가만히 있다. 그런 당신 꿈을 꾸다 깨면 나는 리시버를 꽂고 음악을 듣는다.


며칠 전엔, 버스에서 울어버렸다 갑작스런 울음은 당혹스러울 만큼 그쳐지지 않는다. 그저 음악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그래서 나는 나를, 내버려두었다. 버스는 덜컹이며 앞으로만 나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또 당신 꿈. 낯익은 낡은 남색 대문 앞 나를 향해 선 당신은 웃고 있었다. 아니 웃는 것처럼 보였다. 웃었을까. 잠에서 깨어 중얼거렸다.


서너 평 아주 좁은 방 안을 모조리 뒤져봐도 리시버가 보이질 않았다. 포기하고 담배를 피웠다. 구석에 앉아서, 내게 아직도 구석이 남아 있었다니. 궁지나 막다른 길은 있어도 구석이 남아 있는 줄은 몰랐다. 고맙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여름이네, 싶기도 했다. 담뱃재를 털던 손끝에 리시버 한쪽이 걸렸다. 리시버를 귀에 꽂으며, 당신, 웃음의 까닭은 몰라도 좋을 그런 기분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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